선풍기 모터에 캔(깡통)을 달아두면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다 선풍기 모터에 깡통을 달아두면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봤다.
댓글을 보니 크게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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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열) 보존의 법칙에 의해 모터의 열이 방 안으로 이동해서 오히려 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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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에너지 이동이 차단된 닫힌 계 안에서만 성립하지만, 방 안은 방 외부와 완벽하게 열이 차단되지 않았으므로 모터의 열이 방 안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더 더워지지는 않는다.
모터의 온도가 내려갔으므로, 모터를 통과해 오는 바람의 온도도 내려가 결국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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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일정하므로 모터의 온도가 내려가도 선풍기 바람의 온도 차이는 없다.
모든 댓글을 읽지는 않아서 다른 의견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중 어느것이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3번이 맞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비유를 통해 살펴보자.
선풍기 모터 주위에서 일어나는 열 교환은 다음과 같이 틈이 있는 물통에 물을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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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모터는 시간이 지나도 효율이 변하지 않으므로, 바람의 세기를 조정하지 않는 한 단위 시간당 일정한 양의 열이 발생한다. 이는 틈이 있는 물통에 단위 시간당 일정한 양의 물을 붓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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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있는 통에 담긴 물의 양은 선풍기 모터의 온도로 비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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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의 틈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물의 양은 모터에서 선풍기 바람으로 이동하는 열의 양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제 선풍기 모터 주위에서 일어나는 열 교환을 순서대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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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물통의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물통에 들이붓는 물의 양보다 적다. 그 결과 물통에 담긴 물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이,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보다 적다. 그 결과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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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에 담긴 물의 양이 늘어날수록, 물통의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도 늘어난다.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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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의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과 물통에 들이붓는 물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더 이상 물통에 담긴 물이 늘어나지 않는다(균형을 이룬다).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과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더 이상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럼 선풍기 모터에 깡통을 달아두면,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선풍기 모터에 달아둔 깡통은 방열판 역할을 하여 모터에서 열이 좀 더 쉽게 배출되게 해 준다.
이는 틈이 있는 물통의 틈이 더 넓어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다음 그림처럼 말이다.

이 경우 물통의 틈이 더 넓어져서 물통에 물이 좀 더 적게 찼을 때, 물통으로 들이붓는 물의 양과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모터의 온도가 더 낮게 유지되는 것이다.
만일 이미 모터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깡통을 모터에 부착했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순서대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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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물이 많이 차있는 상태에서, 물통으로 들이붓는 물의 양과 물통의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과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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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물통의 틈이 넓어지면,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물통으로 들이붓는 물의 양보다 일시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그 결과 물통에 담긴 물의 양이 줄어든다.
이 상황에서 선풍기 모터에 깡통을 부착하면,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이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보다 일시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그 결과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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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에 담긴 물의 양이 줄어들수록, 물통의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도 줄어든다.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내려갈수록,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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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의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과 물통에 들이붓는 물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더 이상 담긴 물이 줄어들지 않는다(균형을 이룬다).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양과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더 이상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3번 과정을 잘 못 생각하면, "온도가 내려갈수록 더 적은 열이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나가니까 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4번 과정이다. 어떤 경우에든지 선풍기 바람으로 빠져 나가는 열의 양과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이 양이 같아졌을때에만,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유지된다.
그리고, 2번 과정에서 모터에서 선풍기 바람으로 방출되는 열의 양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서 4번 과정에서 균형을 이루기 전까지는 오히려 더운 바람이 나온다(물론
이는 모터의 온도가 이미 올라간 상태에서 캔을 부착한 경우에만 일어난다).
즉 처음에 선풍기 온도가 변할 때에는 선풍기 바람의 온도가 일시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지만, 결국 선풍기 모터의 온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선풍기 모터의 바람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이 온도는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과 같다).